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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온 예술의 콜라보

시간을 건너온 예술의 콜라보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올해는 유난히 봄이 일찍 온 듯하다. 코로나로 우울한 사람들에게 일찍 온 꽃소식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을까.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보다 불안했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예술과 삶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5월 30일까지). 문학과 미술을 단순하게 나란히 병치한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을 생각에 젖어 들게 하는 전시다.

Image courtesy of MMCA

  <문학이 미술을 만났을 때>는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후까지 문학가와 미술가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조명한다. 당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정지용, 이상, 김기림, 김광균, 이태준, 박태원, 백석 등과 화단의 구본웅, 김용준, 최재덕,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한묵, 천경자 등이 서로 교류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회는 이들의 관계를 네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서 구성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시인 이상이 운영했다는 다방 ‘제비’를 중심으로 ‘전위와 융합’이라는 주제로 예술가들의 아방가르드적 만남과 교류에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지상의 미술관’이라는 주제로 문학과 미술 두 영역의 예술가들이 함께 작업을 했던 신문사와 잡지사의 편집실을 조명한다. 특히 이 섹션에서는 인쇄 미술에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3부의 ‘이인행각’에서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문학가-미술가 각 커플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기획 전시되어 있다. 곱추 장애를 가졌던 구본웅과 시인 이상은 관람객에게 가장 관심을 받은 커플이기도 하다. 끝으로 4부의 ‘화가의 글·그림’에서는 글도 잘 쓰는 화가 김용준, 장욱진, 한묵, 박고석, 천경자, 김환기 등 6명의 작업을 조명한다.

 

  1930년대, 우울한 시대였으나 예술가들에겐 낭만이 있었다. 시인과 화가가 친구가 되어 예술세계를 넘나들며 서로의 예술에 속하기를 기꺼이 했다. 당시 서양에서 혼재되어 들어온 온갖 이즘들은 시와 그림 속에 빠른 속도로 흡수되었고, ‘시는 그림같이, 그림은 시같이’ 문학과 미술은 함께 나아갔다. 출판인 조풍연의 결혼을 축하하기 당대 화가들이 그의 행복을 비는 그림을 담아 화첩을 만들어 주었다. 조풍연은 문예지 <문장>의 편집에도 열중했데, <문장>은 시·소설 등 글도 좋았지만 표지화와 삽화가 특히 유명했던 잡지다. 이런 일로 인연이 있는 화가 길진섭·김용준·김규택·정현웅·윤희순·김환기·이승만 등이 한 토막씩 그림을 그려 그에게 선물을 한 거다. ‘조풍연 결혼 축하 화첩’(1941)은 길이가 238㎝ 나 된다.

화가 구본웅이 친구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

화가 이승만이 그린 이상(좌) 구본웅(우)

  책 표지도 화가의 그림이었다. 괴석 옆에 진달래꽃을 그린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김억의 ‘오뇌의 무도’ 까지, 정현웅은 당시 "틀을 깨고 인민 속으로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가장 새롭고, 가장 강력한 미술양식은 인쇄미술”이라고 외칠 정도였다. 책에서 읽고 말로만 들었던 1920년대 이후 쏟아져나온 각종 문예지들, 김광균 시인의 딸이자 간송 미술관 전형필의 며느리인 매듭장인 김은영 여사의 인터뷰, 시인의 글에서만 보았던 월북작가의 그림, 신문 연재소설과 삽화.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문학이나 미술은 표현 양식만 다를 뿐, 시인과 화가가 있어 그들이 표현한 인간의 창조적 자유를 마음껏 즐겼다.

김억 <오뇌의 무도>

김소월<진달래꽃>

서정주 <화사집>

  일제 식민정책의 패악이 극성을 떨었던 1930년대 이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절망의 시대, 암흑의 시대, 우울이 세상을 점령했을 거라는 생각은 1전시장부터 빗나갔다. ‘문학과 미술을 하는 예술인의 교감·교류’라는 서정적 키워드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술인들의 낭만과 우정을 담은 삶이 전시장 안을 흥성거리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봄나들이 나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중장년층이 많을 거라는 나의 예측은 빗나갔다. 문학사와 미술사가 한 몸이 되어 2021년 봄날에 당도하였고, 덕수궁을 찾은 젊은이들이 그들을 맞고 있었다. 덕수궁 입장료는 받았지만 미술관 관람료는 무료다. 단체관람은 불가하며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관람을 해야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차례, 회당 70명 입장이 가능하다.

글/사진 김 영 문 ( 본 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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