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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 대하여

대화에 대하여

시어도어 젤딘/문희경 옮김

저자 시어도어 젤딘은,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그를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사상을 가진 4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고,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는‘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으며 ‘프랑스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국인’,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지적이고, 사랑스럽고, 신랄하고, 낙천적이고, 심각하고, 영리한 학자’라는 평가를 받은 석학이다.

이 책은 그가 만든 <대화의 만찬>이라는 이라는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듯이 엮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대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대화가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지, 연인과의 대화, 가족과의 대화, 일터에서의 대화 등등 6개의 장에서 36가지의 질문을 창의적인 그림과 함께 던지며 총체적으로 대화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도록 이끌고 있다. 그 서문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서문

 

그는 충만한 인간관계를 갈망하는 수많은 메시지에 답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 속 여신 Muse의 이름을 빌려 <대화의 만찬>이라는 프로그램을 ‘옥스퍼드 뮤즈 재단’에서 만들었다.

이 만찬에서는 레스토랑의 메뉴처럼 ‘대화 메뉴’가 주어진다. 이것은 누구나 살면서 반드시 마주하는 중요한 결정에 관한 질문들이다.

 

“지난 몇 년간 삶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당신의 일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덕적, 지적, 심미적,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당신이 느끼는 연민의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살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관해 무엇을 배웠습니까?”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대화가 무의미한 잡담으로 흐르지 않도록 설계되어, 왜 그동안 누군가와 진솔하게 대화하지 못했는지,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채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지 의아해할 정도로 대단한 환호를 받게 되었다.

공감받고 싶은 갈망과 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이해받고 싶은 욕망을 해소하며, 스스로에 대한 착각을 피하고 자기를 피해자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고, 사랑과 관심으로 약점을 감싸주면서, 상상력을 펼쳐 주어진 삶을 온전하게 누리고 더 이상 헛되고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 이어가지 않을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을 바꿔볼 수도 있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어쩌면 두려움을 떨쳐내고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1. 대화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가

 

저자가 ‘대화’에 대하여 관심을 두는 면은 대화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이 변화하는 현상에 대해서이다.

인류는 이미 몇 차례,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없거나 삶이 무의미해 보이거나 정부가 무능할 때, 대화의 방식을 바꾸어 세상을 변화시켰다.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맞이했고, 이제 ‘새로운 대화의 시대’가 왔다고.​

 

권력자들은 대화가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무기임을 알았고, 인류의 역사에서 협박과 회피의 대화가 세상을 지배해 왔었다.

수사법은 말에 설득력을 부여해, 논쟁에서 이기려는 욕심이 진리를 찾는 노력을 대신하게 되었으며, 전쟁의 무기가 되어 수많은 사람을 지배해 왔던 것.

과학에 관한 관심으로 문체와 화법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과학적 명료성에 치중한 말은 특별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의 용어가 되어, 평범한 대화는 마치 패스트푸드가 된 셈.

 

마침내 여성들이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 시작. 감정을 말로 드러내면 전반적으로 야만성과 공격성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대화를 없애나가면서 다시 한번 대화의 주제를 바꾼 일은 20세기의 위대한 시도라 할 만하다.

 

대화는 저마다의 기억과 습관을 지닌 마음과 마음이 조우하는 과정이며 두 마음이 만나 불꽃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저자는 바로 이런 불꽃을 살리고자 새로운 대화의 만찬을 열고 싶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저자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망설이는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재능이 없어…. 라던가, 워낙 말수가 적고 내향적이어서…. 또는 수줍음이 많은.

그는 그 무엇보다도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그 생각을 말할 마음이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그는 그런 이들에게 평범한 사람이 용기내어 놀라운 말을 한 역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답하고 싶다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용기라고.

 

몇 주 전, 트럼프를 지지하는 친구들이 그의 정당함을 설파했을 때, 정말 정치적인 주제로는 “망설이는 사람”인 내가 처음으로 내 생각을 말했던 기억이 난다. 맞다. 그것은 평소에 참으로 피하고 싶은 주제였음에도 내 생각이 분명히 있었고, 그 생각을 말할 마음이 확실히 있었으므로 용기 낼 수 있었다. 아무리 말하기 싫어도, 분명한 생각이라면 할 필요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경험이었다.

 

​대화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는 그의 관점으로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 또한 대화 자체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변화될 듯하다.

질문 Ⅰ-1. 첫 마디

“대화를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진부한 표현 대신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First Words

그림을 보니, 뇌 속의 뉴런, 시냅스가 떠오른다.

뇌세포와 뇌세포가 만나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정보가

전달되고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길이 생기는 것.

저자가 앞서 대화란 두 마음이 만나 불꽃을 일으키는 것 과 같다고 말한 바와 같다.

혹시 저것을 그대로 대화에 적용한 건지도 모를 일.

 

참으로 스파크가 일어나는 순간들이 있다. 아하! 하면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순간. 종종 있지 않나?

우리의 대화가 늘 이렇게 된다면 정말 그건 행복한 일.

 

자, 저자는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저 둘이 이어지고 연결되어 스파크가 일고 도파민이 분비될 수 있는지

특히 상대가, 아니면 내가, 수줍거나 자신 없어 하거나 극히 내성적인 사람일 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은지.

그림을 보니, 팔이 여러 개가 있다. 그 중 어느 팔이든 서로 닿으리라.

이 팔이 아니면 저 팔로.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있다고, 연결될 수 있다고

먼저 굳게 신뢰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신뢰를 기본으로 지니고, 실제로

‘첫 마디’를 어떻게 시작할까?

궁리, 궁리.

  •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나요?
  •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나마 제일 쉽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강아지랑 고양이랑 어느 쪽을 더 좋아하시는지, 그 이유는요?“

계속 궁리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글. 유 수 정 ( 본 재단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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