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多가치

대화에 대하여 Ⅱ-3, Ⅱ-4, Ⅱ-5

그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질문 II-3.  그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He loves me, He loves me not

청혼은 질문이 될 수도, 연설이 될 수도, 대화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이 좋겠는가?

 

청혼이라…

그것이 질문이라면, “나와 결혼할래?” 아니면 “나와 결혼하는 거 어떻게 생각해?” 인가?

연설이라면, “결혼이란 이러저러 어쩌구저쩌구이며, 그래서 결혼하고자 하는데 그게 너였으면 좋겠어”일까, 아니면 “나는 너를 위해서 이런 거 저런 거 이렇게 저렇게 해줄 수 있으니 결혼하자”

또는 그 반대로 “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꼭 내가 뭘 해주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봐. 어쩌구 저쩌구..”

대화라면 “나는 결혼은 이러저러하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때?” 또는 ” 결혼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할 텐데 그중에서도 제일 우선인 건 무엇일까?” “그것이 서로 달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가 될까..?

 

그렇다 치면, 제일 질색은 연설일 듯하다. 그건 어떠한 말도 일방적일 테니.

질문과 대화는 어쩌면 경계가 애매하다. 굳이 나누어 보자면, 질문은 답이 Yes 거나 No인 것이고

대화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합의에 이르는 것이라 하자. 정말 그렇게 대화가 된다면,

그것도 결혼 전에, 아주 환상적일 듯.

어쩌면 그 대화는 말다툼의 모양일 수도 있으리.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화’란 것이 내가 옳고 네가 틀리다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일치하고자 하는 과정이므로, 그 바탕만 확실하다면 말다툼도 나쁘지 않을 거라 본다. 오히려 치열하게 다툼을 하면서 서로 더욱 알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되면 보다 탄탄한 관계가 되겠지. 안 싸우는 게 능사는 이니다. 물론 다툼 없이 대화할 수 있다면 최상이나 그것은 꽤 높은 성숙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젊은 연인들에게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저 그림, “그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모습?

양쪽 다 태도가 명확하지 않은 듯. 나는 확실한데 상대편의 마음을 모르겠는 것인지,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 주었으면 하는 건지. 청혼하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의 마음이 확실한지 알아야 할 터이고, 그렇다면 상대방이 어떤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냥 썸만 탈 수는 없는 일.

‘첫인상’만으로는 아닐 수 있으니, 대화를 해봐야지. 그럼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할까..

이거 참, 나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너무나 고된 일일세.

 

평화…

글. 유수정 (본 재단 연구교수)    

질문 II-4.  불공평한 연인

Unfair lovers

듣기 좋은 소리를 하거나 자기를 낮추지 않되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은 단지 연인 사이에서 뿐아니라 일상 대인관계에서 항상 생각하게 하는 문제.

그림을 보니, 한쪽이 노골적으로 저자세. 옳지 않다.

사랑은 목숨을 내어줄 수 있지만 구걸하는 건 아니다.

존중은 관계에서의 기본 중의 기본, 하물며 사랑하는 관계에서야.

 

자기를 낮추지 않되 존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건 기본이지만, 특별히 어떤 경우에 더 필요할까?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려는 경우. 또는 그가 무언가 성취를 해서 마땅히 칭찬할만 할 때나

위로를 해주어야 할 때. 사과를 할 때, 또는 무언가 그가 잘못했을 때도.

 

듣기 좋은 소리나 자신을 낮추는 말은 모두 판단적인 말. 일단 판단적인 말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부정적인 판단 뿐아니라 긍정적인 판단도 판단이다.

판단적인 말을 피하려면 사실을, 눈에 보이고 귀로 들은 그대로의 fect로 말하는 게 우선이다.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반이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반이 있다고 하는 것 같이. 객관적으로, 누가 봐도 이의가 없는, 등등 이러한 새로이 개발된 대화 방법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어떤 대화 방법이든 가장 기본은 잘 듣는 것.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는 것.

온전히 듣는다 함은 그의 경험을, 그의 생각을, 그의 느낌에 온전히 하나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존중이 된다.

거기엔 옳다 그르다 판단할 필요도 없으며, 나를 낮출 필요도 없고, 듣기 좋은 소리도 할 필요가 없다. 그가 다 이야기를 했다 싶어도, 놓친 이야기 없는지 오히려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한다.

그리고  “~~ 한 일이 있었다는 거지요? ”  “그래서 ~~하기를 바라나요?” 등등,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듯이 돌려주는 것.

시어도어 젤딘은 대화가 법보다 낫다고 한다. 법은 사고방식을 바꾸지 못하지만 대화는 바꿀 수 있으므로. 연극이 대화를 정교하게 다읍어 가장 강력한 표현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고.

 

셰익스피어는 대화가 어떻게 열정과 행위를 창조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입센은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죠. 그의 작품 속 인물의 대사에

“변화가 내게 왔어요. 그 변화는 당신을 통해, 오직 당신만을 통해 왔어요.”

이것이 대화가 존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화가 평등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평화..

질문 II-5.  자화상

Self-portraits

대화에서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만을 고집한다면

따분한 사람이 될까, 주인공이 될까?

그림, 매우 다양한 사람들. 열 명이 있으면 열가지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그 모습이 어떠하건 간에, 그 당사자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고수할 때, 그와의 대화가 따분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나 그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그런 사람일까? 라는 질문으로 보인다.

 

아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러고 보니, 사실 대부분, 나부터도, 그런 면이 조금씩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유독 어떤 분, 자신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분이 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나 경험한 것, 가본 것 등에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것보다는 언제나 기존의 것을 선호한다. 먹는 것도, 가는 곳도, 입는 것도. 심지어 그는 반응하는 말도 정해져 있어, 어떤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반응할지 훤하게 보일 정도다. 그와의 대화는 재미없고 따분하지만 한편 그 초지일관 변치 않는 어떤 기본은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따분한 사람이 있다. 자신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 좀 덜 힘들도록 무언가 바꾸는 것은 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투덜거린다. 어쩌라구. 그와의 대화는 그의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듣고 있는 것이다.

 

지금 확실해진 건,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따분하게 여기는 사람은 타입이야 어떻든 정말 성장이 없는 사람이다. 변함없이, 그의 주제는 늘 똑같은 그 얘기, 그렇게 오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함에도 전혀 달라짐 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사람. 무슨 책을 읽더라도, 무슨 교육을 받더라도 결국은 되돌이표처럼 제자리. 정말 재미 없다. 그러나 오래 만나고, 잘 아는 사람인데, 어느 날 무언가 더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 때 그는 나에게 주인공이 된다.

 

가장 문제는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라며 자신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사람. 그는 정말 따분하다 못해 기피대상이다. “난 원래 이래” 라는 자화상에 갇혀 있는 것. 자화상이 있다면 타화상도 있을 것. 타화상이 진정한 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화상 또한 진정한 자기라고도 할 수 없다. 자화상과 타화상이 겹치는 부분만큼은 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그 교집합을 넓혀가는 사람이 내게는 주인공이다.

 

아, 그리고 다른 이의 성장을 알아봐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키우고 있음에도, 옛날 옛적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다닐 때 안방에서 숙제하던 모습을 기억하시는 엄마 친구분이 나만 보면 그 이야기를 하셨었다. 아, 정말.. 그분과는 안 부딪치고 싶었던 심정.

 

사람은 나이가 다 차도 계속 성장한다. 죽을 때까지 성장한다. 결코 정지 상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생명이 있으므로. 생명력은 멈추어 있을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므로.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자신만을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나로선 따분하리라.

이 질문, 감사하다.

평화..

글. 유수정 (본 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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